[가정예배] 팬데믹 시대 신앙교육의 패러다임 전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교회들이 예배 외에 다른 모든 교육 프로그램을 잠정적으로 중단한지 오래다. 자연히 다수의 교회들이 주일학교를 중단하거나 온라인 비상대기(?) 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이 때를 교회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중요한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팬데믹 시대의 교회는 더더욱 프로그램 중심에서 가정중심으로, 주일학교 중심에서 부모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한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라도 주일학교 중심의 신앙교육이 한계에 부딪힌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미국 교회는 약 15~20년 전부터 이런 논의와 성찰이 심도 있게 이루어졌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나 중고등부 시절까지 교회의 온갖 청소년 프로그램에 꾸준히 잘 참여했던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신앙을 버리는 경우가 다수라는 통계자료가 이미 상당수 있다(참고, 티모스 폴 존스, <가정사역 패러다임 시프트>, 생명의말씀사). 설령 교회를 다니더라도 그 신앙 행태가 자기만족과 위로만을 추구하는 세속주의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 미국 노틀댐대학의 사회학과 교수인 크리스천 스미스(Christiain Smith)는 Soul Searching 에서 미국 청소년들(주요 기독교 교파와 종교, 일반 청소년 포함)의 신앙을 (전통적인 기독교도 유대교도 이슬람도 아닌) Moralistic Therapeutic Deism (도덕적/심리치료 이신론)이라고 표현했다. 


한국교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일학교 사역자들과 교사들이 아무리 아이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이런 저런 좋다는 방법과 프로그램을 동원해도 아이들에게 '신앙'은 삶의 중심부에서 멀리 비껴나간 '액서사리'에 불과하게 된지 오래다. ‘액서사리’에 불과한 신앙을 언제 떼어낼지는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탁월한 '스타' 사역자를 기대한다. 물론 열심 있고 실력 있는 사역자 한 사람이 주일학교나 청년부를 어떻게든 기사회생 시킬 수는 있다. 그 사역자가 있는 동안에는 아이들이 그럭저럭 영적으로 버틸 힘이 있고, 부서도 성장하는 것 같다. 그래서 교회와 부모들은 어떻게든 그런 '한 사람'의 사역자를 찾으려고 하고, 모든 사역자들이 그런 '한 사람'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탁월함'(?)은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니다. 더욱이, 아무리 탁월한 사역자가 애를 써서 아이들을 말씀으로 훈련시키고 목회적 돌봄을 제공해도 그 ' 한사람'이 떠나고 나면 영적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과거로 회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역자 한 사람의 역량과 노력에 교회교육의 사활을 거는 것은 별로 건강하지도 못하고, 자녀들의 신앙을 뿌리 깊게 형성하는데 결코 장기적으로 효과적이지 않다. 더욱이 요즘 같은 팬데믹 시대는 탁월한 사역자의 역량조차도 손발이 묶여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상태가 아닌가?


그렇다면, 대안은 가정과 부모밖에 없다. 가정이 신앙교육의 센터가 되어, 부모가 아이들을 신앙으로 양육하고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것 말이다. 그것을 위해 교회는 부모들을 지원하고, 자녀와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신앙교육 방법과 자료를 제공하고 실질적으로 부모와 가정의 고충을 도와야 한다. 탁월한 ‘한 사람’의 사역자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일도 바로 이것이다. 부모를 배제하고 여전히 교역자와 교사 중심의 패러다임을 고수한다면, 모처럼 패러다임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는 팬데믹 시대가 다음 세대를 다 놓쳐버리는 위기를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어떻게든 자녀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씨름해야 할 신앙교육의 주체는 다름 아닌 부모임을 교회가 먼저 인지해야 한다. 그것이 성경의 일관된 가르침이다(신 6:4-9, 잠1:8, 엡6:4)


그러면, 교회는 어떻게 부모가 신앙교육의 주체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돕고, 목회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교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교회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신앙적 활동에 대한 자료를 꾸준하게 제공하고, 그것을 실제로 실천했는지 체크하고, 잘 할 수 있도록 격려 해 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매주 가정예배 자료를 보내주고, 부모와 자녀가 가정예배를 잘 드렸는지, 어떻게 드렸는지를 체크해 주는 것이다. 가정예배 외에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큐티, 부모와 자녀가 함께 나누는 (주일)설교에 대한 토의 과제 등을 교회가 제공할 수 있다. 아직 자녀가 없는 가정의 경우에는 부부가 함께 하거나, 부모가 하기 어려운 가정은 조부모가 손주와 함께 하도록 격려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잘 실천하는 가정을 격려하고, 잘 실천이 안되는 가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목회적인 상담이나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각 가정은 부모 스스로가 더욱 적극적으로 가정예배를 실천하고, 교회는 부모역량을 강화시키는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회에서 교사대학을 하듯이, 부모학교와 같은 것을 실시해서, 자녀와 함께 가정예배 드리는 법부터, 자녀들과 큐티하는 법, 자녀들과 신앙적 대화를 나누는 법, 자녀들을 축복하는 법, 자녀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선한 길로 유도하는 법 등을 교육한다.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한 실천적 예는 2019년 본교회에서 실시한 부모세움학교이다. 부모세움학교의 자료집을 다시 참고해서 자신의 가정에 새롭게 적용하고, 계속해서 가정의 힘 웹사이트(www.poweroffamily.or.kr)에서 제공하는 리소스를 통해 부모가 스스로 지속적인 학습을 하도록 한다.  6월부터 본교회 홈페이지에 가정의힘 TV에서 만든 <가정예배시리즈>, <거룩한 가정세우기> 시리즈의 영상을 계속해서 업로드할 예정이다. 


세 번째는 가장 이상적인 경우지만, 대다수의 교회들은 당장 실천하기 쉽지 않는 모델로, 교회와 가정이 완전히 통합되어 동역하는 방식이다. 주일학교나 불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을 다 없애고, 교회는 부모역량강화와 가장들의 교육에만 집중하고, 가정이 중심이 되어 제자훈련과 전도가 이루어지게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자녀와 온 세대가 다 함께 통합예배를 드리면서, 세대간의 신앙전승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한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고 넘어야 할 산이 많기에 하루아침에 되지도 않는다. 세대통합예배를 처음 시도한다면, 한달에 한번, 또는 분기에 한번 정도 모든 가정이 함께 통합해서 드리는 예배를 실천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도 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의 리더십, 주일학교 교사, 가정의 부모들 모두가, 보디 바우컴의 책 <가정아, 믿음의 심장이 되어라 Family Driven Faith>(미션월드)를 함께 읽고 방향을 모색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정중심의 목회 패러다임은 교회로서나 가정으로서나 모두 쉽지 않은 길이다.  아마도 향후 10년은 힘써 분투해야 겨우 한국 교회 안에 자리가 서서히 잡힐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아니면 한국 교회는 다음 시대를 보장하기 어렵다. 또 이미 이런 방법들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는 교회들이 있으므로 길이나 모델들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가정의 힘 사역은 이런 중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결심하는 목회자들과 교회들, 그리고 가정들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함께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가정중심의 목회 패러다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주님께서 이 팬데믹 시대를 우리에게 위기 속의 기회로 허락하심이 아닌가 깊이 성찰하고, 돌이켜야 할 때이다.


배준완 담임목사 (일원동교회, 가정의힘 교육위원)


이 글은 <가정의힘> 교육저널에 기고된 글을 <한국IFCJ 가정의힘>의 허락을 받아 일부 수정해서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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